[1203 지면반영] 주제: 사과
이번주는 기사거리가 없다며 끙끙거리던 3명의 청소년기자들. 어떻게든 함께 글을 써보고자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주제를 정해놓고, 함께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
주제가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거나 던졌다. 주제는 '사과'. 한시간동안 같은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다. 같은 주제에 여러 작품들이 나왔다. 그 작품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사과
조하성
청사과던 붉은 사과던
모두 같은 사과다
검던, 하얗던
모두 인간이다
의사이던 선생님이던
모두 직업이다
생김새, 특성 모두 다르지만
우린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하지 않을까?
갈변
조하성
사과는 산소 중에 닿으면 갈변한다.
하지만 산소로부터 차단하면 식감도 좋고, 맛있어진다.
우리들도 환경에 따라
악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착한사람이 될 수도 있다.
사과
주영광
사과는 왜 사과일까
그야 사과라고 부르기로 했으니깐
[주영광의 시, '사과' 해석] '사과'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당신은 무엇을 떠올리는가? 수많은 의견이 있겠지만 나는 '단어' 즉, 언어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최근 학교에서 언어의 본질 두 가지를 배웠다. 언어의 본질 두 가지는 '자의성'과 '사회성'이다.
자의성이란, 한국어에서는 '사과'라고 칭하는 것을 영어에서는 'APPLE'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언어의 의미와 소리는 필연적인 관계가 아닌 임의적인 관계라는 뜻이다.
그리고 사회성이란, 언어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정한 약속으로 같은 언어를 쓰는데 같은 의미를 상대로 약속한 소리와 다른 소리를 사용하면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본질이다. 이 시에서 '사과'는 단어들을 상징한다. 사과는 왜 사과일까? 라는 질문에 '그야 사과라고 부르기로 했으니까'라고 대답을 하면서, 언어는 필연적인게 아니라 자의적인 것이며 사회에서 정한 규칙이라는 것을 드러내고자 했다.
'사과' 못하는 사람들
사과는 먹는 사과와, 잘못했을 때 하는 사과가 있다. 잘못했을 때 하는 사과는 '미안해'와같은 말로 용서를 구한다. 먹는 사과는 자신의 배를 채우는 용도이다. 내 생각에는 먹는 사과보다 용서를 구하는 사과가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용서를 구해야하는 상황에서도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사과'를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의 그림은 진심을 다해 사과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검은 마음을 품은 현대사회의 사람들을 풍자한 것이다.
이대규
<사과>
'고집'은 역시 아프다. 고집을 부리는 사람, 그 사람과 함께 있는 사람, 모두를 아프게 한다. 그래서 가끔은 고집을 피한다. 내 고집도, 상대의 고집도 모르는 척,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피하지 못했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할지도 모르겠고, 속은 뜨뜻한 열기로 끓어오른다. 내 앞에 놓인 사과조각들을 바라봤다. 역시나 기분이 더 안좋아진다. 내 맞은편에서 사과조각을 먹으며 핸드폰을 하고 있는 저 애를 보면서 속으로 화를 낸다. 왜 저 애는 나를 배려하지 않는 걸까. 아니, 배려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건 내 고집일까, 내가 너무 사소한 것에 화를 내는 걸까.
"야 너 왜 내 말에 대답안해?"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속으로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가 실수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지오가 나를 계속 바라본다. 내 대답을 기다리는 것 같은데, 사실 나는 지오의 질문을 듣지도 못했다.
"야!"
지오가 다시 나를 부른다. 난 대답하기 싫다. 저 애와 함께 있는 이 공간을 도망치고 싶다. 지오는 계속해서 나를 부른다. 포크로 내 접시를 탁탁 두드리면서 나를 부른다. 탁탁탁 탁탁탁탁 탁탁탁탁탁탁탁. 아주 시끄럽다. 대답을 안하거나 작게 말하는 내게 답답함을 느낄 때마다, 지오는 주변 물건들을 두들기며 나를 부르곤 했다. 탁탁탁탁탁 탁탁탁 탁탁탁탁탁탁탁탁탁 탁탁탁탁 탁탁탁.
"저기요!?"
나를 부르며 계속 자신의 포크로 내 접시를 두드린다. 탁탁탁 탁탁탁탁탁탁탁 탁탁탁탁 탁탁탁탁탁 탁탁탁탁탁! 탁탁탁탁 탁탁탁탁탁 탁탁탁탁탁! 깨질듯한 소리가 시끄러워서 순간 나도모르게 입을 열었다.
"껍질"
"뭐?"
"껍질..."
"껍질이 뭐!"
"나 껍질 깎은 사과 못먹어..."
고작 사과 껍질 하나 때문에 이러는 내가 참 우습다. 사과 껍질이 그리도 중요한 것이었나. 지오는 입을 다물지 못한채로 멍하니 있다가 깜짝 놀라며 말한다.
"아! 미안해! 깜빡하고 또 다 깎아버렸네... 내가 냉장고에서 사과 하나 더 가져올게! 미안!"
갑자기 삼십분가량의 속앓이가 싸악 가신다. 마음 속에 있던 뜨거운 열이 순식간에 식는다. 지오의 한마디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오가 냉장고로 가있었다. 냉장고에서 사과를 꺼내는 지오의 뒷모습에 대고 고맙다고 중얼거린다.
'더 크게 말하고 싶은데'
손에 쥐어져있는 포크로 내 접시를 두드려본다. 탁탁 탁탁. 이러면 고맙다는 말을 더 크게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박나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