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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1210지면반영] 나는 하루 한 끼만 채식주의자

by 뵤지성 2021. 12. 8.

 

-          옥천고등학교 3학년 플렉시테리언 이봄이씨를 만나다

-          비건이 일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유난히 이번 연도는 빨랐다. 벚꽃이 100년 만에 가장 빨리 피었고, 첫눈도 작년보다 한 달 빠르게 왔다. 지구에 살아가는 옥천고등학교 3학년 이봄이(19, 읍 마암리)씨는 이번 연도를 보내며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지구온난화가 심한 건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게 더 심각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10월인데도 여름처럼 덥더니 갑자기 11월에는 한파가 찾아오고 첫눈이 내렸다. 그는 100년 안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기사를 봤다. 누군가는 50년 안에 멸망한다고 말했고, 어떤 이는 이미 늦어버렸다고 한다. 어느 순간 기후 위기가 북극곰이나 미래세대의 문제가 아닌의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인간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채식이 그렇게 종류가 많은지 몰랐어요.”

봄이씨는 기후 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통해 채식의 필요성을 느꼈다. 평소에도 기후 위기를 생각해 일회용품을 자제하고 있었지만, 텀블러 사용이 탄소 중립에 도움이 되는지 몰랐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던 그때 친구가 선물로 준 비건 립밤을 통해비건을 처음 접했다. 비건이라는 단어가 잊힐 때쯤나의 비거니즘 만화책을 보게 됐다. 그림체도 귀엽고 어려운 내용이 없는 책을 보며 그는 채식에 대해 알게 되었다.

 채식은 크게 동물성 식품을 일절 먹지 않는비건부터 유제품, 해물, 가금류(닭고기, 오리고기 등)를 먹는폴로 베지테리언 6가지 종류로 나누어져 있다. 최근에는 비건을 지향하지만 때에 따라 육식을 먹는 플렉시 베지테리언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그는 완벽한 비건은 아니지만, 하루 한 끼 정도는 채식하기 위해 노력하는 플렉시테리언이 되기로 결심했다. 하루 한 끼만이라도 채식을 하는 것이다. 일단 뭐든 해보자는 마음이 컸다.

학교에 다닐 때는 급식 때문에 채식이 어려웠다. “반찬이 주로 고기 중심이었어요. 공부해야 해서 밥을 안 먹을 수는 없어서 채식을 잘 못 했어요.” 수능이 끝난 지금은 식사를 집에서 먹으며 채식을 이어나가고 있다. 직접 요리를 해 먹을 땐 의식적으로 채식을 하지만 가족끼리 같이 먹을 때는 채식이 어려울 때가 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채식의 장점을 알려주면서 채식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쌓는 중이다. 그는 기사를 볼 가족들에게채식은 몸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으니까 하루에 한 끼 정도는 채식해보는 건 어떨까?”라고 말했다.

 

        비건? 그냥 하면 되는데요

처음 비건에 관해 관심이 생겼을 때 어떻게 비건을 실천해야 할까 막막했다. 고민을 담아 그는 옥천고등학교 유혜빈 윤리 선생님께 편지를 보냈다. 편지의 답장에는선생님도 채식을 늦게 시작했고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실천에 의의를 두는 것이 좋겠다고 적혀 있었다. 사람이란 완벽할 수 없고, 자신의 가치관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대단하다는 말이었다. 선생님의 영향 덕분인지 봄이씨가 강조하는 것은완벽하지 않음이었다. “사람인데 완벽할 수 없죠.” 덧붙여 선생님은 학교에 채식하는 다른 이를 소개해주었다. 주변에 채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 없어 막막했던 그는 선생님의 진심이 담긴 답장을 보며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봄이씨는 비건은 예민한 사람들이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권리에 신경을 쓰면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도 했다. 하지만 채식을 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별 거 아니더라고요. 그냥 하면 되던데요.” 어렵게만 생각했던 예민함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는 의미로 바뀌었다. 매일 채식하는 게 어렵다면 하루 한 끼만이라도 채식을 하는 방법과 마라탕을 먹을 때 추가재료로 고기를 넣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일상에서 비건이 자연스러웠으면 좋겠어요.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은 개인에게 미뤄진다. 개인이 분리수거를 잘하고,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채식하는 것처럼 말이다. 기후 위기는 개인의 노력도 물론 필요하지만, 국가와 기업의 실천 없이 해결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봄이씨는 국가와 기업에 "비건을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상에 자주 접해야지 비건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지고,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의미였다.

 그는 비건 음식점도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옥천에서 비건 음식점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건 음식점은 현저하게 적은 데 그나마 있는 것도 서울에 있다고 하소연했다. 덧붙여 “비건을 채소만 먹는 줄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며 “음식 말고도 제품에도 비건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입고 온 옷도 인조털로 만든 패딩이라며 동물 보호도 비건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비건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본인이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바뀌는 것이 있어서 주저하지 않고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진희 인턴기자

 

사진1, 2) 인조 털 패딩을 입고 사진 찍는 봄이씨

사진3) 식물과 함께 있는 봄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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