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동안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이라는 책을 읽었다. 친구와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다 “최근 읽은 책인데 신기했다”고 추천해 줘서 읽게 됐다. 아주 유명한 소설이 아니었고, 장르도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끌렸다.
'구'는 부모님이 남긴 막대한 빛 때문에 사채업자들에게 쫒겨다니는 남자 아이다. '담'은 부모님에게 버림받고 할아버지, 이모와 함께 사는 여자 아이다. 소설은 '구'와 '담'의 생전, 사후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난해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어릴적 '구'는 '담'을 따돌림 했다. 이때 둘은 서로 애증의 관계였던 것 같다. 같은 아픔을 공유하며 사랑하게 된 둘이지만, 자기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사람을 좋아하게 될 수 있을까? 아마 나라면, 폭력을 휘두르던 기억이 계속 떠오를 것 같아 그와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구'가 길거리에서 죽고, '담'은 그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구'의 시체를 뜯어먹는다. '담'은 '구'를 왜 뜯어먹게 됐을까? 사랑하는 연인의 장례를, 왜 울면서 시체를 뜯어먹는 식으로 했을까? '구'가 ‘담’에게 "나는 네가 죽으면 너를 뜯어먹을 거야"라고 했기 때문에 담도 구를 뜯어먹은 것 같다. 이런 식인 내용 때문에 놀랐다. 이 소설은 이런 내용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다. 나는 죽어서도 한 몸에서 같이 살아가겠다는 사랑을 느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너를 보고 싶었다. 낡고 깨진 공중전화부스가 아니라, 닳고 더러운 보도블록 틈새에 핀 잡초가 아니라, 부옇고 붉은 밤하늘이나 머나먼 곳의 십자가가 아니라, 너를 바라보다 죽고 싶었다. 너는 알까? 내가 말하지 않았으니 모를까? 네가 모른다면 나는 너무 서럽다. 죽음보다 서럽다. 너를 보지 못하고 너를 생각하다 나는 죽었다. 너는 좀 더 일찍 왔어야 했다. 내가 본 마지막 세상은 너여야 했다.' 이것이다. '구'와 '담'이 마지막으로 만난 곳에 대해 '구'의 감정이 가장 잘 드러난 구절이기 때문이다. 죽기 직전까지 '담'을 보고 싶다는 '구'의 마음이 드러났고, 그들의 사랑만큼 세상이 따뜻하지 않다는 점, 차가운 세상 속에서 차가운 길바닥에서 죽어야만 했던 '구'의 마음이 느껴지는 구절이다.
전개가 빠르고 막히는 부분이 없어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아주 무겁고, 우울하고 텁텁한 책이다. 나는 '구'와 '담'의 사랑 방식이 달랐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같이 있으면 행복해지는 것’이라 생각했고, ‘사랑이 아니더라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불행하다는 상황을 바탕으로 "불행해도 같이 있자는 거지"라고 말한다. 서로에게서 사랑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두 사람이기에, 사랑이 전부인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책을 덮은 뒤 가장 궁금했던 점은 ‘’구'는 무엇을 증명했을까?’이다. 책의 제목이 '구의 증명'인데 작가는 무슨 의도로 제목을 지었는지, 다른 뜻이 있는지 궁금했다. 과연 구는 무엇을 증명했을까? 내가 생각한 ‘구의 증명’은 ‘차가운 세상 속에 응원받지 못하는 사랑이어도, 자기와 담이는 죽어도 죽지 않는 초월적인 사랑을 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 같다.
김언빈(충북산과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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