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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1001지면반영]“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났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죠.”

by 권 단 2021. 9. 2.

현장실습 후 바로 취업 나가는 충북산과고 3명 학생을 만나다
'돈 벌어 자립 후에 꿈은 천천히 일구고 싶어'
후반기 취업생 강예지, 최수현, 이유신 학생 인터뷰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고3 학생들은 인생의 첫 번째 중요한 선택을 해야한다.  대학에 진학할 것인가? 취업을 할 것인가?
 지역에 남을 것인가? 더 넓은 경험을 위해 낯선 지역으로 떠날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하건 그들에게 닥친 새로운 미래는 설렘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대학진학보다는 일찍 사회로 나가는 문을 선택한 충북산업과학고등학교 3학년 강예지(19, 옥천읍 양수리), 최수현(19, 옥천읍 마암리), 이유신(19, 옥천읍 장야리) 학생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위쪽부터 최수현 이유신, 강예지


■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독립 

  취업을 선택한 나름의 이유는 있었지만, 세 학생 모두 경제적, 실질적 독립을 꿈꾸고 있었다.  
 “저는 공부가 저랑 잘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에 가서 2~3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 보다는 그 시간에 돈을 버는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도 집을 떠나서 독립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예지)
 “집에서는 대학을 가라고 했지만 전 제가 선택한 교동식품이 정말 마음에 들었거든요. 회사 공장에 가면 진짜 큰 기계가 있거든요. 딱 보는 순간 ‘우와 멋있다.’ ‘여기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딱 들었어요. 그렇게 몇 년간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보고 싶어요. 혼자 힘으로도 무엇이든지 해 볼 수 있도록 말이죠."(유신)
 “합격여부는 이번주에 발표가 되는데, 저는 옥천에 있는 작은 기업의 사무직에 응시했어요. 아직은 경제력도 부족한데, 벌써 혼자 생활하게 되면 주거비용과 생활비도 많이 들잖아요. 집에서 생활하면서 돈을 좀 모으고, 어느 정도 여력이 되면 그때는 혼자서 여행을 떠나보고 싶어요."(수현)
 
■ 익숙한 옥천에서 생활하는게 좋아요. 

 지역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은 대개 대도시로 떠나고 싶어할 것 같지만 의외로 학생들의 반응은 지역에 남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은 없었다. 독립은 하고 싶지만 아직은 지역의 익숙함이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먼 직장을 다니려면 돈을 모으기가 어려워요. 제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집에서 가까운 직장에 다니다가, 일정한 목표치가 달성된다면 그때 가서 새로운 도전을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수현)
  “저는 어렸을 때 소방관이 되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그래서 어디를 가더라도 소방관이 되어서 잘 적응할 수 있을 줄 알았죠. 하지만 공무원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그런 생각들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그 이후로는 자연스레 옥천에서 사는 게 좀 더 편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구요."(유신)
  “인천에 있는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었지만 처음부터 특정한 지역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처음에는 옥천에 있는 중소기업에 다니고 싶었죠. 그냥 집에서 독립할 수만 있다면 옥천이든 대전이든 대한민국 어디든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예지)

■ 새로운 생활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기대가 더 커요. 
  
  어쩌면 다른 이들이 선뜻 가지 못하는 길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나름의 분명한 이유와 현실적인 고민이 담겨있었다.  
 “물론 처음하는 타지생활에 두려움이 없을 수는 없죠. 제가 길을 좀 잘 잃어버리는데, 큰 도시에서 길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그런 두려움보다는 흥미로움이 더 큰 편이에요.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잖아요. 내가 번 돈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게 지금으로서는 무척 설레기도 하고 기대가 돼요."(예지)
 “학교생활하면서 여러 사람들이랑 대화하는 걸 좋아했는데, 회사생활을 하면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 기대돼요. 이제는 성인이니까 제가 한 일에 대해서 제가 책임을 져야하잖아요. 그런 긴장감이 오히려 기대되기도 하구요."(수현)
 “이제 10월부터 학교 대신에 회사에 가야하는데, 조금 일찍 졸업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제부터는 고등학생이 아니다. 나 이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자. 이제는 보호자가 없다. 내가 알아서 먹고 살아야된다. 이런 생각이 더 강하게 드는 것 같아요."(유신)    
 “대학진학을 선택한 친구들도 많아서 솔직히 대학교를 가고 싶은 마음도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좀 자세히 알아보니 취업자 전형이라는 것이 있더라구요. 한 3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력을 쌓고,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취업자 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수현)


■ 거창한 꿈이 아니라 정말 제가 하고 싶은건....

마음 속에 담아둔 자기만의 꿈은 있지만 현실 속에서 그 꿈을 어떻게 실현시켜 나갈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  
  “제가 번 돈으로 진짜 비싸고 좋은 컴퓨터 사서 피파 같은 게임도 마음껏 하고, 구속없이 살아봤으면 좋겠어요. 그러려구 사실 원룸도 벌써 얻었어요. 그리고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꼭 하고 싶었던 게 있었어요. 우선 억 단위의 돈을 모으면 삼겹살 파는 정육식당을 차려보고 싶어요. 1층에는 정육점, 2층에는 식당을 운영하는 거죠." 
  “저는 일단 일해서 돈도 벌고,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회사를 잠시 쉬고 여행을 다녀보고 싶어요. 예전에는 어른들이 그냥 돈 버는 게 되게 멋있어 보였어요. 어릴 때는 그냥 돈만 벌면 집에 틀어박혀서 놀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만 했는데, 특성화고등학교에서 전문교과를 배우다 보니 회계라는 분야가 정말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나중에 회계사를 하고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회계사가 되려면 성적이 높아야 하더라구요. 당장은 어렵겠구나라고 생각해서 우선 작은 회사의 회계직으로 시작하고, 조금 더 큰 회사로 옮기면서 성장하고싶어요."(수현) 
  “저도 돈 좀 벌어서 여행 가고 싶어요. 일본 여행. 일본 여행 가서 예쁜 풍경 다 카메라에 담아오고 싶어요. 그림도 그리고 싶고, 디자인도 하고, 웹툰 스토리 작가도 하고 싶었는데, 현실을 깨닫고, 아 돈 좀 팍팍 모아야겠다 싶었어요."(예지)

박성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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