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배가 아파 큰 병원에 갔다. 병원에서 진료표를 받는 순간부터 겁이 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내 번호가 울렸다. 간호사는 나를 불러 각종 검사를 하고 진료실에 데려갔다. 거기에는 머리를 넘기고 뿔테 안경을 쓴 의사 선생님이 있었다. 내가 의자에 앉고 의사 선생님은 모니터를 내 쪽으로 돌리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을 다 듣고 심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나보고 살날이 1년 남았다고 했다. 나는 진료실 문을 열고 모든 걸 잊겠다는 생각으로 집으로 향했다. 집 방향이 아닌데도 무조건 앞만 보고 걸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집이랑 너무 멀어진 곳에 왔다.
내가 멈춘 그곳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아파트 놀이터였다. 그곳에는 넘어져 울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한숨을 쉬며 "나도 30년 전에는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라고 말했다.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부모님도 돌아가셨고, 난 결혼도 안 했다.
나는 문뜩 한 사람이 장기기증하면 3명의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유튜브 광고 영상이 생각났다. 인터넷에 장기기증을 검색해보았다. 절차는 복잡하고 어려웠지만,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결심하였다. 나는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치료를 잘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집 도어락을 열고 병원에서 타온 약을 먹었다. 그 작은 알약은 오늘따라 더 쓰고 맛없었다. 나는 큰 도화지에 하루 일정표를 짰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여러 가지 영양소가 있는 출근을 할 것이다. 이번 달이 마지막 출근이다. 남은 11개월은 그동안 못한 것도 하고 못 먹은 것도 먹으며 살고 싶어 퇴직을 선택할 것이다. 나는 앞으로 남은 11개월을 병원도 잘 가고 등산, 수영, 낚시, 여행 등 재밌는 것을 하면서 행복을 누리는 시한부 환자가 될 것이다.
황제이(옥천중1)
'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17지면반영]코로나 없는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고 싶다 (0) | 2021.09.13 |
---|---|
[0917지면반영] "이건 꿈이니까 괜찮아요!" (0) | 2021.09.13 |
[1001지면반영]만약에 옥천이 놀이공원이 생긴다면 (0) | 2021.09.13 |
[0917지면반영 #1면]학교에 무료 정혈대 배치가 필요합니다 (0) | 2021.09.13 |
[0917지면반영]금구천에서 본 동물들 (0) | 2021.09.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