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격리에 들어간 지 어언 10일째. 드디어 오늘이 자가격리 마지막 날이다. 자가격리 마지막 날을 기념하여 외출이 불가능했던 자가격리 기간에 어떻게 미쳐갔는지 '집에서 놀면 뭐 하니'로 정리해봤다.
■집에서 놀면 뭐 하니' 대망의 첫 시작 - 말이 씨가 된다.
때는 바야흐로 2021.12.1 코로나 검사를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내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친구들과 대화 도중 코로나 이야기가 나왔고, 코로나 검사를 받아 본 적 없던 나는 호기심에 "코로나 검사는 뭔 느낌이야?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경솔한 발언을 남겼다. 그날 저녁 다음날 2차 백신 예약이 되어있던 나에게 청천벼락과 같은 소리가 떨어졌다. 학교에서 전체 코로나 검사를 한다는 긴급 공지였다. 처음 해본 코로나 검사는 정말....... 다행히도 음성이 나왔지만 결국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잔잔한 바다
약 3일 정도는 아주 아주 행복했다. 캘린더도 작성하기 시작했고, 책도 읽었다. 브이로그 유튜버처럼 여유로움이 가득한 생활을 했다. 토스트도 직접 구워 먹고,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 등 평소에 즐기지 못했던 것들을 다 해본 그런 날들이었다.
■잔잔한 바다에 누군가 돌을 던졌다.
나름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고 할 수 있는 자가격리 기간은 점점 깨지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지를 않으니 세수와 양치만 한 채로 살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팅팅 부은 얼굴과 떡진 머리로 시리얼을 주워 먹으며 줌으로 출결을 했고, 온라인 클래스 과제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온라인 클래스 인강을 들으며 점심으로 컵라면 하나를 먹고 나니 "궁상맞은 백수의 삶이 이런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순간의 파동이 멈추질 않았다.
집 안에만 갇혀있던지 5일째 드디어 악기를 잡았다. 할 일이 너무 없던 나는 놀 거리를 찾아보던 중 방에 굴러다니던 기타를 발견했다. 알고 있는 기타 코드를 잡으며 노래를 신나게 뽑던 나는 새 흥미를 찾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통기타여서 그런지 손가락이 너무 아파 금방 때려치우고 말았다. 마침 기타 옆에 굴러다니던 우쿨렐레를 발견했다. 기타보다 조그마하고 손가락도 덜 아파서 당장 조율에 들어갔다. 유튜브를 보며 단기간 속성 과외를 받았다. 사실 재미없어서 코드만 따로 검색했다. 한 3분 걸렸던 것 같다. 우쿨렐레를 신나게 치니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파동이 파도가 되었다.
드디어 단 6일 만에 미치기 시작했다. 아니 벌써 미친 것일지도 모른다. 미쳐도 곱게 미치지 나는 전자기기에 미쳤었다. 나는 전자기기에 둘러싸인 삶을 동경해 왔다. 그래서 나는 그 꿈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침대를 중심으로 오른쪽엔 핸드폰, 왼쪽에는 태블릿, 책상에는 노트북, 거실에 있는 티비까지 전자기기에 미쳐 살았다. 노트북으로 인강을 듣고, 티비에서는 사람들 말소리가 흘러나오고, 태블릿으로 넷플릭스를 보고, 핸드폰으로는 게임을 하는 아주 아주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이때 내 핸드폰 평균 사용 시간은 하루에 16시간으로 평소에는 3시간도 채 사용하지 않는 나에겐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날을 기준으로 내 수면 패턴은 엉망이 되었다.
■바도 위의 바나나보트
자가격리 7일 차 새벽 2시. 너무 심심했던 나는 새벽 2시에 다시 우쿨렐레를 꺼내 들었다. 새벽 2시부터 3시까지 나만의 미니 게릴라 콘서트가 열렸다. 관객으로 유명인사들이 많이 참석해 주셨는데 관객 소개를 하자면 먼저 방탄소년단님을 비롯한 여러 아이돌분들, 유희열님과 유재석님, 마지막으로 짱구님까지 내 전자기기 화면을 통해서 참석해 주셨다. 부모님이 계셔서 큰 소리로 연주는 하지 못했지만 아주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게릴라 콘서트가 끝난 늦은 새벽 나는 충동구매를 하기 시작했다. 마침 올영 세일기간이길래 '할렐루야'하고 담기 시작했다. 참고로 나는 무교다. 이럴 때만 신을 찾는 건 어쩔 수 없는 세상 이치인 것 같다.
■마치 드레이크 해협
슬슬 자아분열이 시작되었다. 아직 미성년자이지만 술이라도 먹은 듯이 인생에 대한 한탄을 내놓기 시작했다. 가장 큰 주제는 "왜 나는 항상 화장품을 정가로 사는걸까"라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어이가 없다. 다른 애들은 다 할인받고 사는데 항상 왜 내가 살때는 할인을 안하는 걸까.....내가 가진 화장품 중에서 할인을 받고 산 제품은 열 손가락으로 다 세고도 손가락이 남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는 올영세일 기간이어서 그런가 "올영세일 랄랄랄랄라"라는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결재를 했다.
■버뮤다 삼각지대 속 아틀란티스
BOA의 "아틀란티스"라는 곡을 들으며 내 이성이 어디 갔는지 곰곰이생각해 보았다. 마침 유튜브 알고리즘에 버뮤다 삼각지대 속 아틀란티스가 존재한다는 가설을 다루는 영상을 발견했고, 내 이성이 그곳에.가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불가능한 걸 이루기 위해서는 황당한 짓을 해봐야 한다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말처럼 나는 독특하고 무의미하고, 극단적인 행동들을 하기로 결심했다. 일단 버터를 썰었다. 느낌이 굉장히 부드러웠다. 방탄소년단의 버터를 부르며 버터를 썬 뒤 냉장고에 넣었다. 혼자서 바둑도 뒀다. 할 줄 몰라서 그냥 바둑돌로 체스판이나 만들어봤다. 혼자 젠가도 했다. 투바투의 "언젠가 젠가 왕이 젠가"라는 대사를 읊으며 젠가로 도미노도 만들었다. 좀 움직이라는 엄마의 의견을 존중해 왼손에는 피아노, 오른손에는 칼림바, 오른발에는 우쿨렐레, 왼발에는 기타, 입에는 리코더를 문 채 연주를 했다. 손가락 운동, 발가락 운동, 입운동 등 오랜만에 운동을 하니 기분이 상쾌했다. 엄마가 움직이라는 말을 왜 하셨는지 이해가 되었다.
■"집에서 놀면 뭐 하니" 마지막 이야기
이제 격리가 끝나서 밖을 나갈 수 있게 되었지만, 집에서 혼자 즐기는 독서, 요리, 운동, 공부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비록 학교는 못 나갔지만 친구들과의 잦은 통화와 연락으로 인해 방해금지 모드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같다. 만약 집에 혼자 있게 된다면 게릴라 콘서트가 아닌 개인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관객으로는 곰 젤리를 초대하고 싶다. 객석은 한 100자리 정도...... 조명, 온도, 습도, 날씨가 완벽한 그런 날에 콘서트를 열고 싶다. 다음번에는 빅스비와 끝말잇기도 해봐야지.
["집에서 놀면 뭐 하니" 그 뒷이야기]
줌으로 하는 조회 때 친구가 갑작스레 연락을 했다. 캡처된 사진 한 장을 보내오며 서울역 노숙자인 줄....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어쩌라고 공주는 안 씻어도 예뻐.
김지슬 (청산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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