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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23호_1면]2022년 1월1일 내가 '개미송'을 들은 기막힌 이유

by 뵤지성 2022. 1. 10.

새해. 그게 뭔가요...... 새해가 밝은 지도 모르는 멍청한 나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내년에는 제발 새해를 즐기세요...... 

■2021년 1월1일에 난
작년에는 1월1일이 딱 되자마자 집 안에 있는 온 방문을 열어 재끼며 신나게 궁디 춤을 췄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집 안에 커다란 내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들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으면 내가 방으로 조용히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나보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으니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놀 수 있어서 더 즐거웠다. 그래서 나는 한 시간 정도 창문을 열고 기타를 쳤다. (사실 아무 음이나 막 쳤다. 나도 내가 뭘 친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마치 내가 겨울왕국의 크리스토퍼가 된 것 같았다. 내 연주가 마음에 들었는지 저 멀리 살던 이웃집 개들도 환호를 보내 주었다. 그 뒤로 이웃집 개하고 새해 안부를 주고받았다. 새해에 처음 나눈 대화가 개와의 대화라는 것이 내가 개띠라서 그런지 나름 뿌듯했었다. 이럴 때는 내가 주택에 사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파트였으면 상상만해도 무섭다... 

■2022년 1월1일에 난
작년 1월 1일과는 달리 올해는 참 볼품없었다. 연말 시상식도 보지 않았고, 새해 목표나 계획도 세워 놓지 않아서 그런지 (목표나 계획 따위 한 번도 세워 본 적은 없음ㅎㅎ) 딱히 새해가 밝았다는 게 와닿지 않았다. 올해는 그냥 2021년이 가든지 말든지 2022년이 오던지 말던지 이런 식으로 살았던 것 같다. 되게 허무하게 한 해를 보낸 것 같은데 사실 나는 허무하게 한 해를 보내는 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직 어려서 그런가......? 

■새해 첫 곡이 그 해의 인생을 결정한다.
1월1일에 처음으로 들은 곡이 그 해 나의 인생을 결정한다는 미신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통 한 해가 잘 풀리기 바라는 마음으로 [우주소녀 - '이루리'], [엑소 - '로또'], [처진 달팽이 - '말하는 대로'] 등 희망찬 노래를 듣는다. 올해 내 첫 곡은 짱구ost로 나오는 [개미송]이었다. 개미송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개미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네.
개미는 오늘도 언제나 열심히 일을 하네. 

개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매일매일을 살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네

한 치 앞도 모르는 험한 이 세상
개미도 베짱이도 알 수 없지만

그렇지만 오늘도 행복하다네 

개미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네 

■왜 개미송이었는가
왜 그 곡을 들었는지 궁금해할 수도 있겠다. 단지 새해가 오는 것도 몰랐던 멍청한 나는 전날 8시에 잠들었다. 새해 첫 일출에 소원 비는 것도 잊은 채 동면에 빠져 깊은 숙면을 하다 1시에 잠에서 깼을 뿐이다...... 결국, 나의 새해 첫 곡은 내 알람음이었던 짱구 개미송이 되었다. 나는 그 가사의 개미처럼 한 해 동안 한 치 앞도 모르는 이 험한 세상에서, 언제나처럼 땀을 뻘뻘 흘리며 매일 매일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겠지...... 왜 하필 이런 노래였을까... 내 2022년은 어떻게 될까...

■1월1일 
개미송을 들으며 눈을 뜬 나였지만 1월1일에 내가 깨어있던 시간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다. 아부지가 나를 곰탱이라고 불러서 그런가. 진짜 곰이라도 될련지 곰처럼 겨울잠을 자는 것 같다. 1월 1일 내 일정을 되돌아보겠다. 그 날 난 일어나서 밥 먹고, 다시 자고 또 일어나서 젤리 좀 씹다가 다시 잤다. 또 일어나서 친구들 생사 확인 좀 하고 또 밥 먹고, 다시 자서 다음 날에 일어났다. 거의 하루의 2/3를 잠으로 보낸 것 같다. 잠이 건강에도 굉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새해 첫날 부터 건강보험 들은 셈 치기로 했다. 

■어쨋든 새해  
  올해도 다들 무탈했으면 좋겠고, 하는 일마다 전부 잘 되었으면 좋겠다. 또 전 세계 사람들을 괴롭혔던 코로나도 이제는 종식되었으면 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길거리를 나갈 수 있었다는 적이 기억조차 나지 않는 요즘. 올해는 꼭 코로나 이전의 삶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고도 길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개미송을 들었든 암울하기 짝이 없는 노래를 들었든, 올해는 우리 모두 분명 잘 풀릴 것이다. 

 

김지슬(청산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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