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이기로 약속을 잡았다. 카페에서 공부한다고 비장하게 모였지만 집중력이 두 시간도 이어가지 못했다. 늦은 오후 3시에 만나서 그런지 금방 저녁 시간이 되었다. 저녁 메뉴를 고른다는 핑계로 공부는 끝났고 수다가 시작되었다. 우리가 수다에 빠지게 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저번에도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느라 전화를 오후 10시 30분부터 오전 4시 40분까지 6시간이나 했다. 수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가장 오래 나누었던 이야기의 주제는 MBTI였다. 다들 MBTI에 과몰입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전화를 할 때나 갑자기 밥을 먹고 있을 때도 빠짐없이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치킨을 먹다가도 갑자기 MBTI 얘기가 나오면 다들 눈빛이 바뀌어 열심히 토론한다. 그리고 한 손에 치킨 다른 손엔 핸드폰을 들고 인터넷에 MBTI 토론 주제를 검색해 돌아가면 물어보고 질문을 했다. 그렇게 MBTI 이야기는 치킨을 다 먹고 2차로 카페에 가서도 계속되었다.
■ MBTI가 무엇인가요?
MBTI는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융(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이다. MBTI는 4가지 분류 기준에 따른 결과에 의해 수검자를 16가지 심리 유형 중에 하나로 분류한다. 내용만 보면 어려운 검사 같지만, SNS나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아주 깔끔하고 유쾌하게 정리된 것들이 많다.
E와 I의 차이점은 외향적, 내향적으로 의미하기도 하지만 에너지를 어디서 받아오는지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 E는 대체로 밖에서 사람들과 만남에 에너지를 받고 I들은 집에서 누워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에너지를 얻는 편이라고 한다. S와 N은 상상력의 차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정확하게 하자면 감각과 직관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보자면 S는 경험을 토대로 행동하고 N은 영감을 신뢰한다고 볼 수 있다. F와 T의 차이는 감정, 사고로 볼 수 있다. F 유형은 의미나 도덕성, 영향력 등을 모두 고려해 결정하며, 나에게 그 상황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한다. T 유형은 F 유형의 완전히 반대인 논리적, 객관적, 분석적으로 각자의 기준에 맞게 평가한다. 마지막 P와 J를 구분 지을 수 있는 건 계획의 실현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하게 해야 할 일을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는 게 P 해야 할 일이 생기자마자 계획을 짜고 실현하는 것이 J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만난 친구들의 MBTI는 INFP와 ESFP이다. 나는 INFP와 ISFP가 번갈아 나오지만 내 MBTI는 INFP라고 굳건히 믿고 있다. 우리 셋의 MBTI는 다들 비슷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들 하나씩밖에 차이가 안 나기 때문이다. 이야기할 때도 잘 공감해 주고 다들 자기 일같이 받아들이는 편이다.
■ "너 열심히 안 한 거 같은데 진짜 잘했다"
MBTI 토론이라고 검색해 제일 먼저 찾은 문장이었다. 나는 보자마자 살짝 화가 났다. 비아냥거리는 말투 뒤에 잘했다며 칭찬인 것처럼 붙은 말이 사람을 더 화나게 만드는 것 같다. 친구들도 나와 생각하는 게 얼추 같았다. INFP 친구는 듣자마자 먹던 치킨을 뱉어낼 정도로 화를 냈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가우 뚱하며 다시 생각해 보니 칭찬으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진짜 열심히 안 했는데 잘했다고 하는 거면 내가 천재라고 생각할 것 같은데"라고 하며 종이컵에 따라져 있던 콜라를 들이켰다. ESFP는 아무 생각 안 든다고 했다. 정말 아무 생각 안 드는 게 확실하냐고 재차 물어봤더니 조금 신경 쓰이긴 할 것 같다고 했다. "사실 나 이런 질문을 너무 많이 들어서 아무 생각 안 들어"라며 포크로 치킨 무를 폭 찍어 입에 넣었다.
■ 엘리베이터 탈 때 무슨 생각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층수가 쓰여있는 버튼을 누르면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난다. 원하는 층에 도착하면 기분 좋은 띵 소리 나 친절한 알림음이 들리면 몸이 가벼워진다. 어릴 적부터 엘리베이터를 타면 원래 많았던 생각이 더 많아졌다. 재난 영화나 로맨스 클리셰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처럼 엘리베이터가 멈추거나 바닥이 열려 추락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오면서 컸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면 호출 벨 위치를 찾아볼 때도 있다.
맛나게 치킨을 뜯어 먹던 INFP 친구가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너희 엘리베이터 탈 때 무슨 생각 해" ESFP 친구는 "엘리베이터 탈 때 무슨 생각을 해?"라고 했다. 나는 이 둘의 대화가 웃겨서 듣고만 있었다. INFP 친구가 "너는 그럼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생각 안 해?"라고 물었더니 ESFP 친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빛이었다.
■ 내가 좋아하는 계절과 시간대는?
이건 MBTI와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다들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서 한 번 넣어보았다. 나는 추운 겨울을 좋아한다. 사실 나머지 계절을 선호하지 않아 그나마 나은 겨울을 좋아한다. 그리고 계절 상관없이 새벽 시간대를 좋아한다. 다들 자고 있을 때 아무 소음 없는 조용한 분위기가 좋다. 특히 겨울 새벽에 나가 걷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얼마 전 친구들과 새벽 12시에 나와 걷는데 차가운 바람을 맞으니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았다. 따뜻한 이불 안에 들어가는 게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INFP 친구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선선한 가을 오전 2시에서 3시 정도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유는 그저 감성 타기 가장 좋은 시간이라고 한다.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면 내가 그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이라 새벽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ESFP 친구는 나와 같은 겨울의 새벽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 친구도 새벽만의 그 조용한 분위기가 좋다고 한다.
이렇게 보니 나만 혼자 심한 과몰입을 한 것 같지만 나의 입장에서 볼 때 생각나는 것들만 적어놔서 그렇지 친구들도 나 못지않게 상당한 MBTI 과몰입녀들이다. 정말 한두 시간 동안 나눈 이야기가 엄청 많았지만, 적당히 생각나는 것들이 이거밖에 없어서 매우 아쉽다. 친구들과 이야깃거리가 떨어지면 이런 MBTI 토론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박수미(청산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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