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해가 밝았고 17살이 된 나는 아직 졸업식을 하지 않아 이제 고등학교 입학을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방학을 하고 한 달 정도 집에 박혀있었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설렘' 때문이었다. 새 학기를 맞이하는 것도 설레는데 다니던 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학교에 간다는 것에 대한 설렘은 엄청나다.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 친구들도 모두 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하나 둘 씩 준비하고 있다. 필기하거나 조별 과제에 필요한 PPT를 만들기 위해서 패드나 노트북 구매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다. 이미 구매해 자랑하는 친구도 여럿 있다. 아무래도 조별 과제를 할 때는 전자기기가 유용하기 때문에 나 역시도 패드와 노트북을 고민하는 입장이다. 가성비만 괜찮으면 쓰는 기계치의 끝판왕인 나에게 전자기기란 너무 어렵고 많이 고민되는 부분이다. 많은 고민 끝에 나는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으니 호환이 잘되고 사용법이 같은 아이패드를 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노트북이란 너무 어려운 영역이니 건드리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얼른 아무거나 골라서 빨리 사라고 재촉해주신 어머니 덕분에 얼렁뚱땅 아이패드를 사러 가기로 했다. 구세주 같은 친구들은 하루 전까지 무엇을 살지 감도 못 잡은 나에게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나는 정신 차리고 아이패드 9세대와 에어 4세대를 고민했다. 마음은 거의 에어 4세대 쪽으로 기울었지만, 아무래도 가격이 많이 걱정되었다. 64기가 기준 9세대는 약 60만 원 에어 4세대는 약 80만 원이다. 리뷰영상을 여러 개 보다 보니 에어 4세대에 더 구미가 당겨 색상까지 고민해 정해두었다.
아이패드를 만나러 갈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보다 기계랑 좀 더 친한 친구 두 명을 데리고 갔더니 가는 내내 차 안에서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2021년 아이돌 노래는 다 불렀을 것이다. 요즘 어디를 가든 들리는 에스파 노래를 시작으로 2010년대 노래도 섞였다.
내가 간 곳은 대전 은행동에 있는 애플 매장이다. 직원분이 너무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솔직히 매장에 들어가 아이패드 에어랑 눈이 마주치자마자 정말 운명인 것처럼 끌려갔다. 에어 4세대 옆엔 아이패드 9세대도 있었고 아이패드 프로도 있었지만 어젯밤부터 고민했던 에어 4세대에 눈길이 끌렸다. 홀린 듯 에어 4세대를 고르고 색상을 고민하는데 딱 전날 밤 자기 전까지 생각하던 스페이스 그레이와 스카이 블루 색상이 있었다. 정말 2022년 가장 어려운 첫 번째 결정이었다. 결국 나는 수많은 고민 끝에 아이패드 에어 4세대 스카이 블루를 구매하기로 했다. 실과 바늘이 꼭 붙어 다니는 세트라면 아이패드와 애플펜슬 또한 같다. 애플펜슬에 애플 케어에 케이스까지 구매하니 가격은 백만 원을 쉽게 넘었다.
신나게 친구들과 놀고 집에 오자마자 아이패드를 열어봤다. 나보다 더 신난 친구들이 무조건 영상통화를 하자고 꼬시는 바람에 스트리머가 된 것 마냥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개봉했다. 매장에서 필름을 붙이는 것 때문에 한 번 열어봤지만, 그때와 느낌이 달랐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영상에서만 봤던 게 내 손에 있다니. 싱글벙글 웃으면 애플 아이디를 로그인하려는데 비밀번호를 까먹은 건지 로그인이 되지 않아 진땀을 뺐다. 로그인하고 나서 이미 아이패드가 있는 친구에게 조언을 받아 이것저것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
심각한 기계치라 아이패드를 잘 활용하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만 확실히 인터넷 강의를 보거나 필기 앱 '굿 노트'를 사용해 공부할 때 기분이 좋다. 백만 원짜리 사과는 달콤했고 행복했다.
박수미(청산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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