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옛날 드라마의 뻔한 내용을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드라마를 보더라도 클리셰 범벅인 로맨스 드라마를 좋아했다. 방학을 맞아 취미가 드라마를 보는 게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려 옛날부터 쭉 봐왔던 나의 최애 드라마 몇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 [상속자들] 전설적인 고백, 나 너 좋아하냐.
모르는 사람이 없는 드라마 상속자들 중 전설적인 고백 '나 너 좋아하냐?' 이 한 문장이면 한국인 중 3분의 1은 몸서리칠 것이다. 상속자들 내용을 설명하자면, 찢어지게 가난해 부잣집 입주 도우미를 직업으로 삼고 있으신 말 못 하는 어머니 밑에서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꿋꿋하게 버티는 딸 '차은상'과 입주 도우미를 하는 저택의 아들 '김탄'이 사랑에 빠져 둘의 사회적 신분 차이를 무릅쓰고 사랑하는 이야기다. 정말 이 짧은 설명만 봐도 구시대적인 뻔한 사랑 이야기다.
수많은 로맨스 드라마 중 상속자들을 뽑은 이유는 캐스팅이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이 모두 잘생기고 예쁘기도 하지만, 드라마 속 역할이 고등학생임에도 고등학생 같지 않은 배우 캐스팅이 아주 좋았던 것 같다. 내용도 부자들만 다니는 학교에 사회배려자 전형이 있는 게 누가 봐도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이 얽히라는 것 같은 설정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로맨스는 클래식한 게 좋은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하나 뽑자면 '영도'(차은상의 서브 남주)가 은상이네 집에 찾아가 밥을 먹는 장면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다. 밥을 먹는 도중 어머니에 대한 생각에 빠져 울먹거리는 게 시청자들을 울리기 딱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소신 발언 하나 하자면 나는 은상이와 영도가 만나는 걸 바랐다.
■ [킬미힐미] 기억해. 2015년 1월 7일 오후 10시 정각. 내가 너에게 반한 시각.
다중인격장애를 소재로 해 많이들 울고 웃었던 드라마인 '킬미힐미' 또한 나의 최애 드라마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드라마 킬미힐미의 내용은 다중인격장애를 가진 남자 주인공 '차도현'과 평범한 가정의 레지던트인 여자 주인공 '오리진'이 만나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는 내용이다. 남자 주인공의 얘기를 좀 꺼내 보자면 인격을 7개나 가지고 있다. 인격이 여러 개이다 보니 본체인 차도현은 곁에 있는 사람들이 힘들어할까 여러모로 신경 쓰며 지내왔다.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신세기'(차도현의 또 다른 인격)는 뭐든 진중하고 다정한 차도현과는 다르게 너무 쿨해서 문제인 인격이다. 하지만 이런 인격이 생겨나는 과정도 마음이 아픈 내용이 숨어있다.
다중인격을 소재로 드라마를 만든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이 드라마도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잔뜩 있고,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많아 몰입이 잘 됐다. 나는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 중 한 캐릭터가 슬픈 캐릭터라면 나머지 다른 주인공도 아픔을 가지고 있는 내용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보듬어 주면서 나의 상처까지도 치유가 되는 그런 내용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딱 맞은 내용일 것이다. 옛날 드라마는 이런 쌍방 구원 서사 내용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아직도 옛날 드라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
인상 깊었던 장면을 뽑아보자면 킬미힐미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다 아는 장면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신세기의 고백이다. 병원 앞에서 신세기는 처음 보는 여자 주인공인 오리진에게 "기억해. 2015년 1월 7일 오후 10시 정각. 내가 너에게 반한 시각"이라고 말한다. 이 장면은 많은 사람이 보고 손가락을 접은 장면일 것이다. 유명한 아이돌이 패러디할 만큼 아주 화제가 된 장면이다. 두 번째 신세기만큼 화제의 인물인 요나의 "나 지금 오빠한테 간다" 이 장면은 아직도 한 번씩 따라 하는 친구가 있을 만큼 중독성 강한 장면이다. 극 중 오리진 오빠인 '오리온'의 잘생긴 외모에 빠져 인격이 바뀔 때마다 박서준에게 온갖 고백을 하는 장면들이 아직도 클립으로 돌아다닐 만큼 재미있다.
무거운 소재를 너무 가볍지만은 않게 잘 풀어내 울고 웃을 수 있는 내용을 만든 게 너무 신기했다. 작가, 감독, 배우 그 외의 많은 요소로 인해 이런 질 좋은 드라마를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 [태양의 후예] 살릴 수 있어요. 그럼 살려요.
38.8%라는 어마 무시한 시청률을 찍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정주행 정말 많이 한 드라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안 본 사람을 찾기 힘든 태양의 후예의 내용은 강단 있고 멋있는 흉부외과 전문의 '강모연', 세상 정의로운 특전사 대위 '유시진'의 힘들고 고된 역경들을 함께 헤쳐나가며 서로에게 빠지는 내용이다.
이 드라마는 말하기 입 아프다. 모든 내용이 좋아 아주 여러 번 본 게 후회되지 않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유튜브 알고리즘에 태양의 후예 클립이 올라와 아무렇지 않게 봤더니 댓글에 군인과 의사가 저런 사랑을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렸을 땐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다. 태양의 후예는 우는 부분과 웃을 부분을 잘 구분해 적절히 섞어 만든 것 같다. 태양의 후예를 보면서 실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높은 시청률이 나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태양의 후예 명장면을 뽑으려고 드라마 내용을 다시 생각해 보고 찾아보기도 해봤는데 내용 하나하나가 모두 명장면 같았다. 물론 모든 드라마가 그렇긴 하지만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모든 부분이 명대사 같았다. 하나만 고르자면 아무래도 유시진이 강모연의 신발 끈을 묶어주는 장면 아닐까 싶다. 많은 생각이 드는 것 같은 얼굴로 유시진을 쳐다보는 강모연의 얼굴이 아직도 생각난다.
■ [더 킹 : 영원한 주군] 온 우주의 문을 열게.
두 평행세계를 발견한 대한 제국의 황제 '이 곤'은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에 한 부분을 차지한 '정태을' 경위를 만나게 된다. 처음엔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했던 정태을이 이 곤을 만나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드라마에 비해 최근에 방영한 더 킹은 얼마 전에 마지막 화를 봤다. 드라마를 보면서 소름이 정말 많이 돋았다. 두 세계의 인물을 연기하는데 특히 김고은의 연기는 1인 2역 같지 않았다. '루나'와 '정태을'이 너무 다른 사람 같아 보였다. 숨을 한 번 쉬는 것도 다른 사람 같아 보였고, 특히 표정이 너무 달라 소름이 돋았다.
최근의 본 드라마이다 보니 많은 장면이 머릿속을 지나다니는데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정태을(김고은)이 균열에서 대한 제국의 씨앗을 뿌리는 장면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마지막 화에서 씨앗이 자랄 때는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또 하나 고르자면 공동 전화 부스에 이 곤(이민호)이 적어둔 메시지를 보고 정태을(김고은)이 울기도 전에 먼저 눈물이 떨어졌다.
■ 나의 최애 드라마 작가는 김은숙 작가
나는 김은숙 작가님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려고 찾아보면서 알게 되었는데 나의 최애 드라마에 반은 모두 김은숙 작가님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위에 있는 드라마 외에도 [푸른 바다의 전설], [W] 같은 드라마도 정말 재미있으니 로맨스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한 번씩 봐보는 것도 아주 좋을 것 같다.
박수미(청산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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