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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28호] 만약에 내가 작가라면?

by 뵤지성 2022. 2. 22.

(만약에 코너로 넣어주세요!)

누구에게나 남기고 싶은 인생의 조각들이 있다. 만약 내가 작가라면 나의 인생의 조각들을 잘 가꾸어 출판할 것 같다. 내겐 지금 나의 친구들과의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나는 꼭 이 순간들을 기록한 책을 출판할 것이다. 또 기록하고 싶은 것은  할머니가 해주신 옛날이야기다. 학교를 잘 졸업하고 할머니가 해준 이야기들로 책 한 권을 출판하고 싶다. 대학은 못 가더라도 나와 할머니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쓸 것이다. 나는 밤을 꼴딱 새우고 읽을 만큼 로맨스 소설을 좋아한다. 나의 새벽을 차지했던 로맨스 소설을 클리셰 범벅인 로맨스 소설도 멋지게 휘날리고 싶다.



■함께 울고 웃었던 추억

 나와 친구들은 적어도 십년지기들이다. 내 어릴 적 추억엔 모두 이 친구들이 묻어있다. 친구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일들을 책으로 출판하면서 다시 한번 예전 기억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너무 좋을 것 같다. 어린이집에서 겨울이면 두툼한 손모아장갑을 끼고 눈덩이를 뭉쳐 눈싸움하고 여름이면 풀장에서 작은 물총으로 물총 놀이를 했던 것과 초등학교에선 입학식과 졸업식이 이야기. 중학교에 와서 배 아프게 웃었던 일들과 미래에 있는 즐거운 추억까지 모두 책에 써 친구들과 추억을 남기고 싶다. 일기 형식으로 대충 날짜를 어림잡아 쓰고 내가 느꼈던 감정 위주로 한 장 한 장 채워가고 싶다.




■어디서도 듣지 못할 이야기

나는 아주 작은 꿈을 마음속에 가지고 살고 있다. 약 4년 전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박막례 할머님의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떴다. 정확히 박막례 할머니의 치과 갈 때 하는 메이크업 영상이었다. 한때 화장해 드리려고 하면 몸서리를 치면서 거부하시는 우리 할머니가 생각나 주저 없이 영상을 봤다. 그 영상을 시작으로 꾸준하게 박막례 할머님 영상을 봐왔다. 그러다 점점 노인분들이 하시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자신의 할머니 일생으로 책을 출판한 사람도 봤다. 그걸 보고 생각했다. 나도 우리 할머니가 해주신 이야기로 책을 써보겠다고 생각한 게 최근에 다시 생각났다.


우리 할머니는 아는 게 아주 많으시다.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그 흐름에 따라 알고 계시는 게 아주 다 방면하다. 옛날엔 밥을 어떻게 잘 지어 먹었는지, 시집을 오게 된 이유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아주 재밌다. 너무 많은 옛날이야기를 들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할머니가 6•25전쟁 때 겪었던 이야기인 것 같다. 6•25전쟁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딱딱한 폰트로 몇 월 며칠 몇 시 몇 분에 북한이 쳐들어왔다는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 아닌 직접 겪어 보지 않았다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신기했다. 할머니는 그냥 하는 말이시겠지만 누가 들어도 아주 재밌고 생동감 넘치게 표현해 주셔서 더욱 몰입하며 들을 수 있다.



■빠질 수 없는 로맨스 소설

 책은 무조건 로맨스 소설만 읽고 판타지나 공포물보다는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를 볼 정도로 나는 로맨스를 좋아한다. 최근에 책을 읽는 습관을 들여보겠다고 학교에서 대출한 책 여러 권마저도 표지부터가 로맨스 소설 같았다.

로맨스 소설은 무조건 클리셰가 범벅이어야 재미있다. 나는 강자, 약자가 나뉘는 것을 매우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재력 상태는 비슷해야 한다. 하지만 성적 차이는 크게 나도 상관없다. 진부한 내용을 쓴다면 갓난아기였을 때부터 서로 친하게 지내 십여 년을 친구로 지낸 아이들을 엮을 것 같다. 주인공이 상처를 받는 장면은 좋아하지 않지만, 글이 지루하지 않으려면 한두 개 정도의 에피소드는 심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은 무조건 행복한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한다. 여운이 긴 책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



■만약 내가 작가라면 위에 있는 3권은 무슨 한 권도 다 쓰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할 것 같다. 하나에 꽂히면 무조건 끝낼 것같이 하다 포기하는 게 내 인생에 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머니에 대한 책은 꼭 내고 싶다. 글 쓰는 것에 소질이 없는 내가 가능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열심히 노력해 베스트셀러까지는 아니어도 책 판매량이 많아 수익으로 맛난 것 좀 푸짐하게 사드리고 싶다.

박수미(청산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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