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청소를 하다가 초등학교 때 쓴 일기장 여러 권을 찾았다. 군데군데 스크래치가 나고 물에 젖은 듯한 흔적도 있었다. 책꽂이 맨 아래에 있던 책들은 먼지가 가득 쌓여있었고 글씨는 삐뚤빼뚤 했고 몇몇 글자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뭉개져있었다. 어렸을 때 일기 쓰기를 죽도록 싫어했던 기억이 있다. 방학 땐 일주일에 두 편씩 써야 하는 일기를 몰아서 썼지만 꽤나 현실적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잔머리 하나는 타고났나 보다. 일기 내용은 대체로 행복했다. 작은 것 하나에도 행복해하면서 일기를 썼나 보다. 일기를 읽어보면 그 상황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이 맞았다. 벌써 2022년이 시작된 지 2달이 지난 것처럼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시간이 더욱 흘러가기 전에 기록을 하고 싶었다. 아이패드를 구매한 참에 일기를 써보자고 다짐했다. 1월 내내 공부는 하지 않아도 일기만은 꾸준히 썼다. 일기를 쓰려고 책상에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 쓸 이야기가 없었지만 생겨났다.
일기를 한 달 동안 써보면서 느낀 점은 꽤 많았다. 학교에 제출하는 일기를 쓸 땐 선생님이 보시거나 친구들이 볼 수도 있어서 부끄러워 내 감정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하지만 나 혼자 쓰는 일기는 다른 사람이 볼일 없으니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 때 쓴 일기와 비슷하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비교해 보면 확실히 달랐다. 작은 것에도 행복했던 것과 달리 지금의 나는 더욱더 많은 걸 원하는 것 같다. 아이패드를 쓰기 시작하면서 종이에 글씨 쓰는 일이 확 줄었는데 얼마 전 졸업식 전 날 친구들에게 줄 편지를 쓰면서 종이의 질감이 좋아졌다. 시간 날 때 친구들을 끌고 가 두꺼운 일기장을 한 권 사고 싶다. 내가 행복할 때 슬플 때 그리고 누군가에게 터놓기 힘든 일을 일기에 남겨두고 싶다.
박수미 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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